@ 활 쏘기 실기 및이론

활터의 예절

완 재 2006. 10. 12. 14:04

활터의 예절

 

   활터에는 아주 많은 예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잊어서는 절대로 안될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등정례 초시례 팔찌동이 그것이다.

 

  1.등정례

   이것은 활터에 올라올 때 먼저 올라와있는 사람들한테 하는 인사이다. 정에 들어서면서 '왔습니다' 하면, 먼저 와있던 사람들은 '오시오'라고 응한다. 이런 형식을 굳이 지키고 싶지 않으면 보통 인사하듯이 하면 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활터 건물의 중앙에다 정간(正間)이라는 글자를 새겨 붙이고 거기에 목례를 하기도 한다. 원래 정간은 건축물의 한 가운데를 가리키는 건축 용어이다. 1970년대 중반에 전라도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서서히 퍼진 풍속이다. 그러므로 마치 옛날부터 있어온 것처럼 모든 활터에 강요할 것은 못된다.
   근대 국궁의 수사정인 황학정에는 지금까지도 정간이 없다. 다만 역대 임금들이 쏘던 활터라는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고종황제의 어진(御眞:임금의 사진)을 사정 한 복판에 걸어놓았다. 그것도 해방 후에 걸어놓은 것이다. 천양정도 한 10년 남짓 붙였다가 2002년도에 뗐고, 청주 우암정도 2003년도에 사원들의 합의로 떼어냈다.

  국궁의 세계화를 전제로 한다면 정간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 하는 이유도 의미도 분명하지 않을뿐더러, 외국인들에게 분명하지도 않은 그 행위를 하도록 강요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독교인들의 반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서양인들은 거의가 기독교도이기 때문이다.

 

  2.초시례

   초시례는 첫 발을 낼 때 취하는 예절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그 날 첫 발 쏠 때 한 번만 하는 예이다. 활터에 올라와서 첫발을 낼 때는 쏘기 전에 '활 배웁니다'라고 한다. 그러면 곁에 있던 사람들은 '많이 맞추세요'라고 응수한다.

 

  3.팔찌동

   팔찌동은 활터에서 설자리에 서는 순서를 말한다. 팔찌동 윗자리에 어른이 서도록 모시는 것을 말한다.    팔찌는 왼쪽 팔에 차므로 과녁을 바라보고 섰을 때 왼쪽이 높은 자리가 된다. 따라서 서열에 따라 어른을 팔찌를 찬 왼쪽으로 서게 하는 것이 팔찌동이다.
   타정의 한량이 놀러 오거나 대회 같은 곳에 참가하여 위아래가 분명하지 않을 때는 팔찌동 위를 서로 사양한다. 그래서 서로 아래로 서려고 밀고 당기고 하는데, 속내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꼭 싸움하는 것 같다. 활터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좌궁은 우궁과 반대이다.

 

  4.기타

  앞의 세 가지는 전국의 모든 활터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예절이다. 따라서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만 망신 당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정까지 망신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 혹 실수로 한 가지라도 빼먹었으면 정중하게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해서 어른들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활터는 워낙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기 때문에 예에 대한 생각도 지역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전국의 활터마다 각기 다른 풍속과 예절이 있다. 그 중에서 많이 알려진 예절 몇 가지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 어느 활터에 가서든 결례라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이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①동진동퇴
  활을 쏘기 위해 사대에 나아갈 때나 활을 쏘고 물러날 때는 혼자서 하지 않고 옆사람과 같이 행동한다는 뜻이다. 자기가 다 쐈다고 해서 혼자서 물러서지 못하고, 남들이 쏘는 중에 끼어들지 못한다. 같은 띠로 설자리에 들어섰으면 끝 사람이 쏘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꼭 지켜야 할 예절이다. 아마도 활이 무기이기 때문에 질서없이 들락거리면 주위를 산만하게 하고 마침내 다치는 수가 생기기 때문에 생긴 약속 같다.

 

②습사무언
  활을 쏠 때는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이것은 우선 옆사람이 활을 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고, 그 다음에는 말을 하면 호흡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활은 호흡을 생명으로 하는 운동이다. 말을 하면 이 호흡에 변화가 생긴다. 불가피하게 말을 해야 할 일이 생길 경우에는 작은 목소리로 필요한 말만 한다. 예컨대 바람의 방향을 묻는다거나 하는 정보를 주고 받는 선에서 짤막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옆사람에게 방해가 될만한 부산스런 행동을 일체 삼간다.

 

③남의 활을 건드리지 않는다.
  이 말에는 남의 물건을 만질 때는 주인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일반 상식 이외에 더 중요한 뜻이 있다. 지금은 개량궁이 나와서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지만, 옛날 각궁은 값이 비쌌고, 또 잘못 당기면 뒤집어져 부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될 수록 남의 활은 만지지 않는 것이 예의로 정착했다. 활이 뒤집혀 부러지면 부러뜨린 사람이나 주인이나 서로 난처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④화살촉의 방향
  화살을 살놓이에 놓을 때에는 촉이 과녁쪽으로 가도록 한다. 살은 살기를 띤 무기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앉는 건물쪽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빈 활을 당길 때도 역시 사람쪽을 향하면 안 된다. 이런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안전의식에서 나와서 예절로 정착한 것이다.

 

⑤활을 쏘는 때
  자기 차례가 와서 활을 들어올리기 전에 옆사람이 활을 쏘는 중인가를 살펴야 한다. 옆 사람이 활을 쏘는 중이면 잠시 기다렸다가 쏜다. 보통 때는 앞에앞엣사람이 거궁할 때 미리 화살을 꺼내어 준비했다가 차례를 기다려 쏘면 되고, 대회나 편사 같은 정순 경기에서는 앞 사람이 다 쏜 뒤에 화살을 뽑는다. 이것은 자신의 군동작으로 인해서 활쏘는 사람의 정신집중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될 수록 지켜주는 것이 바른 예의이다.

 

⑥몰기를 할 때
  몰기를 하면 과녁에 대고 가볍게 목례한다.

 

⑦연전
  화살 주워오는 것을 연전이라고 한다. 연전은 신사들이 알아서 맡는다. 화살이 떨어진 자리를 확인해야 자세를 고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⑧자리
  대개 활터의 대청마루에는 쇼파가 있고, 거기에 사두나 어른들이 앉는다. 특히 사두는 가장 가운데 자리에 앉기 마련이다. 따라서 남의 정에 간 사람은 반드시 이 점을 기억하여 사두가 앉는 자리에는 앉지 않도록 한다. 왜냐하면 활터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맨 먼저 이곳으로 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이걸 모르고 앉았다가는 활터에서 아예 쫓겨나는 수도 있다.

 

⑨복장
  활터에서는 옛날부터 노인들이 활을 쏘았기 때문에 격식이 엄한 구석이 있다. 복장 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여름이라도 반바지나 런닝셔츠를 입지 못하고 신발도 끌신 같은 것을 신지 못한다. 단정한 복장을 갖추어야 한다.

 

⑩손님 접대
  손님 접대는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여 정중하게 한다. 너무 부담되게도 하지 않고 너무 소홀하게도 하지 않는다. 원래는 자기 정을 찾아온 손님한테는 먹는 것과 자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손님의 사정에 따라서 서로 부담되지 않도록 한다. 따라서 손님쪽에서도 마찬가지로 활터에 너무 부담을 주지 않도록 처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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