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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우삭래

완 재 2021. 5. 5. 13:20

春雨數來 춘우삭래

(봄 춘)

(비 우)

(자주 삭{셀 수,촘촘할 촉})

(올 래{})

 

봄비가 자주 오다,

소용없고 해로운 것

 

봄은 생명의 경이와 신비감을 일으키게 하는 계절이라 시인묵객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봄을 그린다. 봄은 즐거운 사랑의 계절이며, 사계절 중의 유쾌한 왕자가 봄이라고 했다.

꾀꼬리 노래하니 집집마다 봄이로다(黃鳥一聲裏 春日萬家閑/ 황조일성리 춘일만가한)’라 노래하고,

또 봄밤의 한 때는 천금에 값한다(春宵一刻値千金/ 춘소일각치천금)고도 했다.

이런 좋은 계절 봄에 내리는 비는 어떨까.

 

봄에 비(春雨)가 자주 온다(數來)라는 성어는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는 촘촘한 그물 數罟(촉고, 는 그물 고)로 쓸 때는 촘촘할 촉‘, 소변이 잦은 數尿症(삭뇨증) 할 때는 자주 삭으로 읽힌다. 봄에 오는 비는 좋을 텐데 자주 오는 비는 의외로 아무런 유익함이 없이 해롭기만 하다는 뜻으로 썼다.

조선 仁祖(인조) 때의 학자 洪萬宗(홍만종)이 열흘 보름에 걸쳐 완성했다는 旬五志(순오지)’에서다. 속담이 한역되어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는 이 책에 도무지 유용한 데라곤 없고 해만 끼치는 존재라는 뜻을 가진 말도 모았다.

 

지어미 손 큰 것은 살림 거덜 낼 일이라며 家母手鉅(가모수거, 는 톱, 클 거), ‘노인 뱃가죽 두껍다老人潑皮(노인발피), ‘사발 이 빠진 것은 그대로 두기도 불편한 沙鉢缺耳(사발결이)가 됐다. ‘돌담의 부른 배는 쓸모가 없다는 무너지기 직전이라 위험한 石墻飽腹(석장포복), ‘어린애 입 잰 것은 화를 일으킬 일이 많으므로 小兒捷口(소아첩구)로 했다. 불교를 낮춰 본 성어 중 술 취하기僧人醉酒(승인취주), 무모한 행동 흙부처 업고 내 건너기泥佛渡川(이불도천)으로 번역했다.

 

실제 봄비가 약간 부정적인 속담으로는 봄비가 잦으면 마을 집 지어미 손이 크다가 있다. 이것도 봄비가 자주 오면 풍년이 들 것으로 생각하여 부인들의 쓰임새가 커지기 때문에 해롭다는 것이다. 겨울 가뭄에 이어 봄철에도 수시로 강수량이 적어 모내기까지 지장을 주고,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봄비를 기다리는 농민이 많다. 지나치지만 않으면 봄비는 유용한 것, 위의 쓸데없는 것 나열한 속담에서 빼줄 사람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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