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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요과시

완 재 2021. 10. 15. 11:53

 

0 招搖過市 초요과시

 

(부를 초)

(흔들릴 요)

(지날 과)

(저자 시)

 

허풍을 떨며 자랑하고 다니다.

 

안에 든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 잘 아는 체 떠벌리는 사람에 합당한 속담이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속이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하다등이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잘 알아도 겸손해야 할 텐데 도무지 그러지 못하니 따돌림 당한다. 또 믿는 구석이 있거나 알량한 권력을 쥐었다면 아무 곳에서나 거들먹거린다. 옛 중국 ()나라 명재상 晏嬰(안영)을 모시던 마부가 눈에 보이는 것 없이 의기양양했다는 晏子之御(안자지어)란 성어도 있다. 여기에 남들의 주의를 끌려고 허풍을 떨며(招搖) 시장바닥을 지나간다(過市)는 이 말도 같은 뜻이다. 허장성세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을 비유하고 있다.

 

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403)()나라의 孔子(공자)는 자신의 학문을 전파하고 정치에 접목하기 위해 제자들을 거느리고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13년 동안이나 周遊列國(주유열국) 했지만 가는 곳마다 냉대를 받아 별 실속이 없었다. 심지어 ()나라에선 길을 잃어 초라한 모습에 喪家之狗(상가지구) 취급도 받고, ()()나라의 대부들이 국경을 막는 바람에 제자와 함께 굶주렸던 陳蔡之厄(진채지액)도 당했다. 공자가 제일 처음 방문한 나라가 ()였다. 당시의 靈公(영공)은 어리석어 임금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나라에서 시집온 부인 南子(남자)가 총애를 믿고 국정을 좌우하여 국정이 어지러웠다. 공자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남자가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전해 왔다. 몇 번 사양하다가 할 수 없이 만나러 갔을 때 휘장을 사이에 두고도 남자의 허리에 찬 구슬장식이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냈다. 공자를 유혹하려는 남자의 행위에 같이 갔던 제자 子路(자로)는 분노했지만 공자가 말렸다.

 

위나라에 머문 지 한 달이 지나 영공이 남자와 함께 수레를 타고 궁문을 나섰을 때다. 공자가 뒤의 수레를 타고 가면서 보니 영공과 남자는 화려한 장식에 거드름을 피우며 시장바닥을 지나갔다(使孔子爲次乘 招搖過市之/ 사공자위차승 초요과시지). 공자는 위나라의 정치수준에 실망하여 ()나라로 향했다. ‘史記(사기)’ 공자세가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완장 찬 사람이 기고만장하는 예는 주변에서 흔히 보지만 지난 박근혜 정권의 몰락도 청와대 문고리들의 처신 잘못에서 나왔다. 새로 탄생한 정권에서 대통령을 돕던 캠프의 인사들이 여론을 무시하고 자기들끼리만 세를 과시한다면 앞날이 밝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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