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事休矣(만사휴의)
萬(일만 만)
事(일 사)
休(쉴 휴)
矣(어조사 의)
(어떠한 방법도 강구할 수 없는 체념의 상태)
고보욱이 어린 아기였을 때, 수많은 아이들 중에서 종회가 특히 편애하여 그것을 질투하여 흘겨보는 사람이 있어도 그저 웃고 있었기 때문에, 형남 사람들은 만사휴의(모든 것이 끝장이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형남고시세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10세기 전반 당나라가 멸망한 뒤는,
당나라 때 절도사의 후신인 군벌에 의한 군웅할거 시대로 소위 오대(五代)의 세상이 되었다.
그 사이 각지에 있는 절도사의 후예들은, 그 지방에서 은연중에 세력을 잡아, 계속 일어난 제국에 교묘하게 추종하면서 독립된 왕구의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형남에 있는 고씨 집안도 그 중 하나로, 시조인 고계홍이 당나라 말기에 형남절도사가 된 이후로 그의 아들 종회, 종회의 장남 보융, 열째 아들 보욱, 보융의 아들 계중으로 이어져, 4대에 걸쳐 57년동안 형남을 지배하다 송태조에게 귀순했다.
그런데 4대째인 고보욱은 종회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은데다 반병신이었고, 허약하고 음란하였으며, 극도의 관음증이 있어 매일 같이 기생들을 모아놓고 병사들 중에서 건장한 사람을 골라 혼교를 시키고, 그것을 처첩들과 함께 밭뒤에서 바라보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의 눈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변태성욕자요, 반병신인 고보욱을 보고 형남 사람들은 '만사휴의(모든 것이 끝장이다)'라고 탄식했다는 것을 위의 글로 알 수 있다.
결국 그 아들대에 고씨집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