鳥足之血 조족지혈
鳥(새조): 새, 땅 이름, 섬,
足(발족): 발, 지나치다, 과도함, 아첨함, 족하다.
之(갈지): 가다, 변하여 가다, 이용하다, 끼치다, 걸어가다.
血(피혈): 피, 골육(骨肉), 피칠하다, 물들이다, 흠.
새 발의 피
매우 적은 분량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표박자’의 ‘미지편’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은 의미심장하다.
“소 발자국에 고인 물에서 헤엄치는 한 치의 장구벌레는 천하에 넓은 사해가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또 과일의 씨앗 속을 기고 있는 바늘 끝 같은 벌레는 그것이 세계의 전부라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아무리 망망한 바다와 넓은 우주를 설명해 주어도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는다.
” 오늘 주목하고 싶은 대목은 전체 문장의 깊은 의미가 그러하지만, 특히 “소 발자국에 고인 물”이다.
즉, 예의 ‘소 발자국에 고인 물’은 작거나 적은 그 무엇을 이르는 기막힌 비유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한자어로 ‘제잠’이라 한다. ‘제’는 짐승의 발굽이요, ‘잠’은 고인 물을 뜻하니, 따라서 ‘제잠’은 그대로 ‘소 발자국에 고인 물’이다. ‘제잠’처럼 ‘아주 적다’는 뜻의 또 다른 비유어가 바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이는 고사성어가 아닌 사자성어여서 유래담이 없다.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원래 서양 속담에서 비롯된 어휘이기에 유래담이 없듯이.
‘내 코가 석 자’를 ‘오비삼척(吾鼻三尺)’이라 하거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를 ‘지부작족(知斧斫足)’이라 하는 것은 우리 속담을 고사성어 식으로 만든 어휘다. ‘조족지혈’ 역시 ‘새 발의 피’라는 우리 속담에서 나온 사자성어인데, 여기서 다시 관심을 ‘새 발의 피’가 과연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으로 바꿔 보자.
새의 발가락은 거의 발톱으로 이루어져 혈관이 없으므로 피가 통하지 않아 상처가 나도 피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