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天地不仁 천지불인 - <도덕경5장>
天(하늘 천)
地(땅 지)
不(아닐 불)
仁(어질 인)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천지는 어질지 못해
만물이 풀로 엮은 강아지를 대하듯 하다”라는 말이다.
본 문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어떻게 천지가 인간의 감정의 하나인 어짊의 성품이 있어서 마치 만물이 풀로 엮은 강아지를 대하듯 무관심하고 소홀하여 어질지 못할 수가 있겠는가!
거기에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백성들의 삶을 속속들이 알고 이해해야만 자연스럽게 표면에 감춰진 진의를 파악할 수 있다 하겠다.
당시는 춘추전국시대로 나라와 나라 간에 싸움이 끊이지 않고, 백성들은 징병과 노역으로 말 할 수 없는 고역과 시달림을 당할 때이다. 바로, 천지는 하늘 아래와 땅위에 사람들이 어질고 자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만물이 “추구를 대하는 것과 같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추구란, 옛날 중국에 있어서 신에게 제사 지낼 때에 제사상에 형식적으로 올려놓은 제숫물로 제사가 끝나면 길이나 들판에 버려진 것이다.
원래는 산 개를 잡아서 신에게 올렸는데, 세월이 가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형식적으로 짚으로 엮어 개 모양으로 만들어 신에게 제를 올리는 모양만 내고, 제가 끝나면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것이다.
이러한 백성들의 생활 속에서 벌어진 관습적인 일과 당시의 인간들의 비인도적 처사를 연관지어 날카롭게 비판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야박해서 어짊이 없어진 까닭은 위정자나 성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천하를 통일하고 백성들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갖은 모양으로 백성들을 이렇게 저렇게 들었다 놨다 하여 혼란과 불안만 증폭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천지간에 어짊을 찾아보려야 볼 수가 없는 형국이 되었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모양으로 말을 많이 하여 백성들을 위한답시고 하지만, 오히려 더욱더 궁지로 몰아넣으니 차라리 말을 아끼고 심중에 담아두고 사는 것만 못한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