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무릉도원(武陵桃源)
武(굳셀 무)
陵(큰 언덕 릉{능})
桃(복숭아나무 도)
源(근원 원)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별천지를 뜻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항상 찾으려고 노력하며 꿈에서도 그리는 살기 좋은 곳을 이름.
도원향(桃源鄕)은 동양의 한자 문화권에서 일컬어지는 이상향이다.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선경(仙境) 이야기에서 나오는 세속을 떠난 별천지인 무릉도원(武陵桃源)을 가리키기도 한다
중국에 지역마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대체적인 줄거리는 산속을 헤매던 남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낙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풍요로운 논밭이 이어져 있고 사람들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며칠 간 머물다가 남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이곳에 오려고 하지만 낙원은 두 번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중국의 '낙원'은 신비에 싸인 별천지로 중국의 시인인 도연명이 쓴 『도화원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4세기 무렵 중국 후난 성(湖南省)의 무릉(武陵)이라는 지역에 민물고기를 잡으며 사는 어부가 있었다. 어느 날 그 남자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을 따라 계곡 깊숙이 들어가는 사이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어부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무작정 자신의 작은 고기잡이 배를 저어가니 계곡 양쪽 물가를 따라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그런데 그 나무들이 하나같이 모두 복숭아나무였다. 달콤한 향기가 계곡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꽃잎이 하늘하늘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어부는 이 복숭아나무 숲이 어디까지 계속되는지 보고 싶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한동안 가니까 복숭아나무 숲은 끊기고 계곡이 맞닿는 곳에 작은 산이 나타났다. 계곡 물이 솟아 나오는 수원 근처에 작은 동굴이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희미하게 빛이 보였다. 어부는 기슭에 배를 두고 뭍으로 올라와 동굴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동굴 안은 무척 좁아서 사람 하나가 간신히 지나 갈 정도였다.
동굴 안으로 계속 들어가자 갑자기 시야가 밝아지더니 눈앞에 대지가 나타났다. 넓은 대지는 평탄했고 손질이 잘 되어 있는 논밭과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와 대나무 숲도 있었다. 잘 닦인 길과 커다란 집들이 있었고 그 집들의 뜰 안에서는 개나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들도 세상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나 머리를 땋은 아이들도 한가롭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어부의 모습을 발견한 마을 사람이 깜짝 놀라면서 도대체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어부가 겪은 그대로 이야기하자 마을 사람은 자기 집으로 어부를 데리고 가서 술과 닭고기 요리를 대접해주었다. 어부에 대한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그 집으로 몰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아래 세상에 대해서 이것저것 어부에게 캐물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우리의 조상들이 진(秦)나라 때 전란을 피해서 가족과 친지들을 이끌고 이 산속으로 피난을 왔다. 그 후로는 마을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과는 인연이 끊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시대인가?"
마을 사람들은 한(漢)이라는 시대도 몰랐다. 그러니 위(魏)나 진(晋)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대략 500년 동안이나 바깥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부가 자신이 알고 있는 일에 대해서 이것저것 설명하자 마을 사람들은 놀라서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 다음부터 마을 사람들은 번갈아가면서 어부를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해서 푸짐한 술과 안주로 대접하며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어부는 이 마을에서 며칠 동안을 지낸 후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 중 하나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마을에 대해서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주시오."
어부는 마을을 나와서 원래 장소에 있던 배를 타고 오면서 도중에 표시가 될 만한 곳을 여기저기 눈여겨보며 자신의 마을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을 관리에게 자초지종을 보고했다. 관리는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어부에게 부하를 동행시켜서 마을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복숭아꽃이 만발해 있는 그 평화로운 마을은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4세기 무렵의 이야기이다. 산둥성(山東省)에 있는 어느 마을에 '과혈(瓜穴)'이라 불리는 동굴이 있었다. 이 동굴에서는 사시사철 맑은 물이 솟아나오고 간혹 참외 잎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어느 날 도교 수행을 어느 정도 해본 적이 있는 이반(李班)이라는 남자가 이 동굴에 들어가 보았다. 구멍 속을 3백 보 정도 걸어가자 넓은 장소가 나왔다. 그곳에는 궁전이 있었고 머리와 수염이 새하얀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무척 고귀한 선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이반은 그들 앞으로 나아가서 엎드려 절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너는 돌아가는 편이 좋다. 여기에 오래 있으면 좋지 않다."
이반은 인사를 하고 출구로 향했다. 구멍 끝에 다다르자 참외가 있었다. 그것을 따려고 손을 뻗었더니 참외는 돌로 바뀌어버렸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말했다.
"나가신 지 벌써 40년이나 지났습니다."
마찬가지로 산둥성의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진(晋)나라의 태시년간(太始年間, 265~274)에 봉구(蓬球)라는 나무꾼이 산속에서 일하고 있을 때 신기한 향기가 풍겨왔다. 그 향기에 매료되어서 바람이 부는 쪽을 향해 찾고 있는 사이에 어느 산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궁전이나 높은 누각들이 서 있었다. 문으로 들어가 보니 이 세상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리따운 미녀 네 명이 구슬치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봉구를 발견한 미녀가 놀라서 일어섰다.
"봉구님, 어떻게 이곳으로 오시게 되었지요?"
"향기에 이끌려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말을 듣자 여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구슬치기를 시작했다. 봉구는 목이 말라 가까운 나뭇잎에 맺혀 있던 이슬을 핥았다. 갑자기 여인 하나가 학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여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왜 속인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느냐? 서왕모님께 엄한 꾸중을 들을 것이야."
두려워진 봉구는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뒤돌아보니 궁전도 누각도 미녀들의 모습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자신의 마을이나 집은 모두 황폐해져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건평년간(建平年間, 399~405) 시대가 되었다고 했다. 불과 몇 시간 선계에 가 있는 동안에 벌써 1 백 년 이상이나 지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