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우삭래
春雨數來 춘우삭래
春(봄 춘)
雨(비 우)
數(자주 삭{셀 수,촘촘할 촉})
來(올 래{내})
봄비가 자주 오다,
소용없고 해로운 것
봄은 생명의 경이와 신비감을 일으키게 하는 계절이라 시인묵객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봄을 그린다. 봄은 즐거운 사랑의 계절이며, 사계절 중의 유쾌한 왕자가 봄이라고 했다.
‘꾀꼬리 노래하니 집집마다 봄이로다(黃鳥一聲裏 春日萬家閑/ 황조일성리 춘일만가한)’라 노래하고,
또 봄밤의 한 때는 천금에 값한다(春宵一刻値千金/ 춘소일각치천금)고도 했다.
이런 좋은 계절 봄에 내리는 비는 어떨까.
봄에 비(春雨)가 자주 온다(數來)라는 성어는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셈 數(수)는 촘촘한 그물 數罟(촉고, 罟는 그물 고)로 쓸 때는 ‘촘촘할 촉‘, 소변이 잦은 數尿症(삭뇨증) 할 때는 ’자주 삭’으로 읽힌다. 봄에 오는 비는 좋을 텐데 자주 오는 비는 의외로 아무런 유익함이 없이 해롭기만 하다는 뜻으로 썼다.
조선 仁祖(인조) 때의 학자 洪萬宗(홍만종)이 열흘 보름에 걸쳐 완성했다는 ‘旬五志(순오지)’에서다. 속담이 한역되어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는 이 책에 도무지 유용한 데라곤 없고 해만 끼치는 존재라는 뜻을 가진 말도 모았다.
‘지어미 손 큰 것’은 살림 거덜 낼 일이라며 家母手鉅(가모수거, 鉅는 톱, 클 거), ‘노인 뱃가죽 두껍다’는 老人潑皮(노인발피), ‘사발 이 빠진 것’은 그대로 두기도 불편한 沙鉢缺耳(사발결이)가 됐다. ‘돌담의 부른 배는 쓸모가 없다’는 무너지기 직전이라 위험한 石墻飽腹(석장포복), ‘어린애 입 잰 것’은 화를 일으킬 일이 많으므로 小兒捷口(소아첩구)로 했다. 불교를 낮춰 본 성어 ‘중 술 취하기’는 僧人醉酒(승인취주), 무모한 행동 ‘흙부처 업고 내 건너기‘는 泥佛渡川(이불도천)으로 번역했다.
실제 봄비가 약간 부정적인 속담으로는 ‘봄비가 잦으면 마을 집 지어미 손이 크다’가 있다. 이것도 봄비가 자주 오면 풍년이 들 것으로 생각하여 부인들의 쓰임새가 커지기 때문에 해롭다는 것이다. 겨울 가뭄에 이어 봄철에도 수시로 강수량이 적어 모내기까지 지장을 주고,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봄비를 기다리는 농민이 많다. 지나치지만 않으면 봄비는 유용한 것, 위의 쓸데없는 것 나열한 속담에서 빼줄 사람이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