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필패
0, 輕敵必敗 (경적필패)
輕(가벼울 경)
敵(원수 적)
必(반드시 필)
敗(깨뜨릴 패)
적을 가벼이 여기면 반드시 패한다
기나긴 유랑생활 끝에 나이 60이 되어서야 왕위에 오른 진문공은 춘추전국시대 두 번째 패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지만, 그 뒤를 이은 진영공은 주색에만 빠져 나라 일을 소홀히 하다가 신하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이와 동시에 두 진나라 간의 사이도 안 좋아져서 진나라의 영광도 슬슬 저물게 되고, 이와 동시에 초나라의 장왕이 중원을 장악하며 세 번째 패자에 오르게 되는 과정의, 기원전 600년 전후의 이야기들이다.
조돈은 진나라의 정권을 장악했으나 진영공의 타락을 막지 못 했고, 생명의 위협을 피해 국경 밖으로 달아났지만 진영공의 살해를 방조했다 하여 사관인 동호로부터 '필주'를 받는다. 필주란 붓으로 벌을 내린다는 의미로, 죽음을 무릅쓰고 공정하고 진실하게 역사를 기록하겠다는 사관의 의지와 집념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로부터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온갖 혼란 속에서도 중국의 역사를 보존하고자 노력했던 역사의식을 느낄 수 있다.
초장왕은 활솜씨가 뛰어난 투월초의 반란군과 다리가 끊어진 강을 사이에 두고 맞서게 되는데, 초장왕 휘하의 이름 없는 장수 양유기가 활을 잘 쏜다 하여 투월초와 맞서게 되었다. 투월초는 양유기를 얕잡아 본 데다가 양유기의 도발에 넘어가기까지 했다.
양유기가 서로 세 발의 화살을 쏘되 몸을 피하지 말자고 제안을 하자 투월초는 그렇다면 자신이 먼저 세 발을 쏘겠다고 했다.
양유기는 그 조건을 받아들여 선공을 내주었지만, 이미 투월초는 양유기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조급하게 쏜 첫 번째 화살은 양유기가 활로 쳐내었고, 두 번째 화살은 몸을 숙여 피했다. 반칙이다. 하지만 투월초는 세 번째 화살로 반드시 양유기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곧 바로 세 번째 화살을 날렸지만 양유기는 입으로 화살촉을 받아냈다.
당황한 투월초는 양유기의 첫 번째 화살에 머리를 맞고 즉사하고 말았다.
허무하게 제대로 싸움 한 번 못 해보고 반란군은 궤멸당하게 되었고, 이로써 초장왕의 전성기는 시작된다.
승부에 임해서는 절대로 상대를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하며, 조급한 마음으로 서둘러서도 안 되고, 당황해서도 안 된다. "경적필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