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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안애어

완 재 2022. 9. 11. 15:34

 

0 和顔愛語 화안애어

(화할 화)

(얼굴 안)

(사랑 애)

(말씀 어)

 

온화하고 자비로운 표정과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말씨

 

옛날에 '이고'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약산의 유엄선사를 찾아가 평소 궁금해 하던 것을 물어 보았습니다.

"스님 <법화경> 관세음보살품에 보면 흑풍이 배를 밀어서 나찰 귀신의 나라에 떨어뜨린다 했는데 이 말의 뜻이 대체 무엇입니까?"

이고는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유엄선사는 다짜고짜 큰소리를 지르며 이고를 야단치는 것이었습니다.

 

"너 이놈, 이고야. 그대 같이 어리석은 소인이 그런 것을 어찌 알아서 내게 묻는 것인가. 또 그 이치를 알아서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대가 지금 모른다고 내게 물은 그것을 설령 내가 가르쳐 준다 해도 아마 그대는 잘 알지 못할 터인데."

이고는 몹시 기분이 상했습니다. 아무리 도가 높기로 소문이 난 스님이라지만 한 순간에 자신을 멸시해 버린 것이 못내 속이 상했던 것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감히 누구에게 그따위 말버릇이냐고 호통을 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유엄선사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음 속에서 불 같이 솟아 오르는 화를 어쩌지 못해 이고는 얼굴만 울그락 붉으락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유엄선사가 빙그레 웃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무 노여워 마십시오. 지금 선생께서는 저의 방자한 말 때문에 크게 화가 나셔서 진심(瞋心)을 일으키고 계십니다.

그러니 선생의 얼굴 표정이 마치 나찰 귀신 같고, 저를 원망하심이 바로 흑풍이 일어나서 배를 나찰 귀신에게 떨어뜨린다 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엄선사의 말을 듣고 나자 비로소 이고는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잡다한 말로써가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 가르침을 준 유엄선사에게 깊이 감사를 드렸습니다.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분노나 증오는 곧 그 사람의 표정으로 나타납니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오른다든지 호흡이 거칠어지는가 하면 눈도 충혈되고, 온몸을 부르르 떨기도 합니다.

이렇듯 변한 우리의 모습이 바로 나찰 귀신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일단 화가 나면 대부분의 경우 이성을 잃기 십상입니다.

 

평소와는 달리 거친 욕도 하고, 심한 경우 폭력을 휘두르는 이도 있습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이 바로 나찰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나 자신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겠습니다.

나찰이나 야차 같은 귀신들이 결코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이 분노로 일렁이고, 욕심으로 한없이 요동을 치고 있을 때 내가 바로 야차요, 나찰인 것입니다.

또한 이같은 분노와 욕심이 맘껏 채워 지지 않아 속이 상하고 이것 때문에 얼굴이 달아 오르고 호흡이 거칠어져 괴로우니 그것이 바로 지옥의 상황과 꼭 같습니다.

말 한마디일지라도 평상시의 행동들도 항상 바르게 선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화안애어(和顔愛語)란 말이 있습니다. 온화하고 자비로운 표정과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말씨로 수행을 하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온화한 표정은 몸으로 짓는 행위라 할 것입니다. 또한 부드러운 말씨는 바로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이 행위들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그러므로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을 잘 다스림이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의 첫걸음이라 하는 것입니다.

물결이 잔잔한 호수는 사물을 본래 모습 그대로 또렷이 비추어 줍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안정되어 있으면 삶도 평온하고 복될 것입니다.

그러나 물결이 일렁이듯 마음에 탐진치 삼독심이 생겨나면 더이상 삶은 행복스러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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